[기고] 20년을 버티는 트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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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년을 버티는 트럭은 없다.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1.02.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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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철(서귀포시 녹색환경과)
현인철 팀장
현인철 팀장

설이 지났고 이제 곧 3월이다. 지난 1월 인사이동으로 환경과 팀장으로 발령받은 때가 엊그제 같은 데 한 달이 지났다. 업무처리를 위해 공사 현장에 갔다. 거기서 낡은 트럭 하나로 버텨온 말 그대로 노가다 인 동창을 만났다. 혹시나 해 트럭의 연식을 물어봤다. 2006년식. 다행이다. 다시 물어봤다. 2005년식 이전 트럭들은 더는 운행 못 하는 것을 아냐고. 들어 보기는 했단다.

올 6월이 지나면 2005년식 이전 경유차들은 더는 운행할 수가 없다. 공무원 탓이 아니다. 미세먼지 탓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하여 자동차마다 등급을 매기고 제일 낮은 등급, 즉 5등급 차량은 올 7월부터는 운행할 수 없도록 했다. 5등급은 일명 노가다와 농사꾼들에게 꼭 필요한 오래된 트럭이 대부분이다. 뭔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르신 한 분이 자신의 차량이 5등급인지 확인해 달라고 찾아왔다.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사이트(emissiongrade.mecar.or.kr)에 접속하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입력하고, 차량번호를 입력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쉽지 않다.

더 쉬운 방법은 없는지 다시 물어봤다. 있다. 064-114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된다. 전화번호 알려주는 그 114? 맞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할 필요가 없다. 모르면 옆 사람이 고생한다.

경찰 단속에만 안 걸리면 되는 것 아닐까? 아니다. 단속 카메라에 찍히는 날마다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번 위반하면 다음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찍힐 때마다 하루 한 번은 부과된다. 결국 운행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래도 꼭 차를 사용해야 한다면 돈을 들여 뭔가를 고쳐야 한다. 차에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다. 그 비용 일부를 나라에서 보조해 준다. 읍면동사무소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이미 신청자가 많다. 아예 폐차시키면 어떨까? 아예 전기차로 바꾸면 보조금을 주는가? 물론 준다. 더 많이 준다. 좋다는 것은 소문이 빨라서 이것들도 신청자가 많다. 그래도 일단 신청하고 볼 일이다.

6월도 금방이다. 공중전화, 삐삐 그리고 시티폰이 어느새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었듯, 경유 트럭 또한 전기 트럭 시대로 바뀔 것이다. 20년도 충분히 버틸 것 같은 동창 놈의 파란색 트럭도 어쩌면 더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뭔가 아쉽고 씁쓸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읍면동 사무소에 가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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