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0코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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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0코스: 화순금모래해수욕장에서 하모체육공원까지(4)
  • 김영희
  • 승인 2021.02.23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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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 시흥 종달 해안도로와 10코스 형제 해안로
인류생흔학 탄생케한 사계화석 산지
산이수동에 살 수 있다면!
제주 제일 비경은?
영국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피파의 노래'
수많은 사람발자국과 다양한 동물발자국 화석이 있는 사계화석 산지는 통제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발자국과 다양한 동물발자국 화석이 있는 사계화석 산지는 통제되고 있다.

사계포구에서 송악산 입구까지 3km 정도 되는 해안도로는 휠체어 구간이기도 하다. 탁 트인 바다를 한없이 볼 수 있다. 올레 1코스 종달리 옛 소금밭에서 성산갑문 입구까지 약 4km가 되는 휠체어 구간과 비슷하다. 1코스가 우도와 성산 일출봉을 보면서 가는 해안도로라면 10코스는 형제섬과 송악산을 바라보면서 간다.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있는 1코스와 10코스! 참 대비되는 코스다. ‘형제 해안로’로 이름 붙여진 이 길은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길이기도 하다.

사계리 모래 해변을 조금 벗어나면 ‘제주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산지’가 나온다. 응회암질 쇄설성 퇴적층으로 방사성 탄소 동위 원소 연대 측정 결과 약 1만5천 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2004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지질학회의(IGC)에 발표되었고 500여 점의 사람 발자국과 육식동물, 조류, 연체동물, 절지동물, 무척추동물, 식물 화석 등 다양한 화석들이 나온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개최한 2회의 국제심포지엄을 계기로 국제학술지(Ichnos) 특별호가 출판되었고 이를 계기로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인류생흔학(Homind Ichnology)'과 '새로운 사람발자국화석 이름(Hominipes modernus)'이 탄생하게 된 발상지다.

도로 건너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사람발자국화석과 다양한 화석들을 저장하여 홍보하는 곳이며 4, 5개월 지나 문을 연다고 한다.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인증을 딴 곳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화석산지는 출입 통제되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으니 어느덧 바닷새들의 낙원이 되어 있었다.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덜 닿을수록 자연은 잘 자라고 있다. 이 곳을 벗어날 즈음 안덕면과 대정읍이 나뉘는 산이수동이 나온다. 대정읍 상모1리에 속한 곳이다. 모슬포 윗 동네는 상모, 아래 동네는 하모다. 여기서 15분 정도 형제섬을 보며 해안도로를 걸으면 마라도여객선 선착장이 나온다. 송악산 입구다.

송악산 입구에서 송악산 출구로 나오는 데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산이수동에서 시작하여 나오면 다시 산이수동이다. 목재데크 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가파도와 마라도도 보이고 무엇보다 탁 트인 바다를 항상 보아서 그런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나가고 마음도 바다처럼 탁 트여 시원하며 넓어지는 느낌이다. 산이수동에 산다면 좋은 이 길을 매일 산책하며 얼마나 좋을까.

송악산 앞 둔덕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제주 제일 비경'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다.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눈과 가슴에 몇번이고 스캔을 하였다.
송악산 앞 둔덕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제주 제일 비경'이라고 하여도 손색이 없다.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눈과 가슴에 몇번이고 스캔을 하였다.

산이수동에서 조금 올라가 송악산 앞 둔덕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제주 제일 비경'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올레 1코스 대수산봉에서 바라본 경치와 견줄만하다. 이제는 이곳을 엄지 손가락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공부에서도 복습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듯 역시 같은 길을 두 번 걷다 보면 안 보이는 게 보이는 법이다. 산방산이 걸죽하게 서 있고 좌로는 모슬봉, 추사 김정희 선생이 그 앞에서 귀양살이했다는 단산, 그리고 지나온 용머리 해안과 저 멀리 박수기정, 월라봉, 그 너머의 군산, 조그맣게 보이는 서귀포 앞의 섶섬, 문섬, 범섬까지 아우르는 경관은 제주제일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경치를 그냥 두고 얼른 지나쳐 버린다면 경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한 참 보다가 평범해질 때까지, 아니 질릴 때까지 봐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자리를 뜬다. 나만의 감상법이다. 조물주도 첫 번째로 정방폭포, 천지연 폭포, 황우지 해변과 남주해금강, 외돌개 등 아름다운 서귀포를 빚고 나서, 두 번째로 중문의 천제연 폭포, 신의 궁전이라는 중문대포주상절리대를 만든 다음,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듯 아쉬웠던지 세 번째로 안덕면의 박수기정, 황우치 해변과 산방산, 용머리 해안을 빚고서  송악산에 앉아 자신이 지은 비경을 만족하며 감상한 다음, ‘참 좋구나!’하고 떠나지 않았나 싶다.

 

   해는 봄(The year’s at the spring)

   날은 아침;(And day’s at the morn;)

   아침 일곱 시;(Morning’s at seven;)

   언덕엔 진주 같은 영롱한 이슬들;(The hillside’s dew-pearled;)

   하늘엔 높이 나는 종달새;(The lark’s on the wing;)

   가시나무 위엔 달팽이;(The snail’s on the thorn:)

   하늘나라엔 신이 계시니(God’s in his heaven-)

   모든 것이 참 좋구나!(All’s right with the world!)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피파의 노래(Pipa’s song)’다. 봄을 이렇게 간결하면서 아름답게 노래한 시가 있을까. 텅빈 충만이 느껴진다. 이월의 입춘과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풀려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도 지났다. 봄이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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