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20코스: 김녕 서포구에서 제주 해녀박물관까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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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20코스: 김녕 서포구에서 제주 해녀박물관까지(5)
  • 김영희
  • 승인 2023.05.27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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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하듯 월정리 해수욕장 해변을 거닐다
어등개와 행원리 마을
광해군 제주 유배 첫 기착지 행원포구와 표지석
광해군과 윤석열의 비교
전쟁 영웅 광해군 검찰 영웅 윤석열
미국의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괴테의 말
촛불혁명은 제2의 동학혁명
금강의 시인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
사마천의 사기의 '주중적국'과 윤석열에 대한 바램
먼 바다에서 건너온 물결들과 놀이라도 하는 듯이 월정리 해수욕장 해변을 거닌다.
먼 바다에서 건너온 물결들과 놀이라도 하는 듯이 월정리 해수욕장 해변을 거닌다.

월정리 해수욕장을 거닌다. 먼바다에서 건너와 모래 해변 위에 잔잔히 부서지며 속삭이는 물결들과 놀이라도 하는 듯이. 아무도 밟지 않았던 태고의 해변을 걷는 것처럼. 수건을 준비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되었다. 맨발로 거닐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해수욕장 끝자락 부분에 작은 모래 언덕을 올라가니 도로변에 행원리(杏源里)라고 써진 표석이 있다. 행원리의 옛 이름은 ‘어등개’ 또는 ‘얻은개’였다. 하늘로부터 ‘얻은’, 좋은 ‘개(포구를 뜻하는 제주어)’라는 의미다. 오랫동안 어등개(魚登浦)로 불리다 19세기 말 살구나무가 있는 마을이라는 행원리가 되었다.

월정리 해수욕장 끝자락 작은 모래 언덕을 올라가니 도로변에 '행원리'라고 써진 표석이 있다.
월정리 해수욕장 끝자락 작은 모래 언덕을 올라가니 도로변에 '행원리'라고 써진 표석이 있다.

행원리 바닷길을 걸어가다 보면 옛날 어등개로 불렸던 그 행원 포구를 만난다. 제주올레 20코스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그곳에 ‘광해 임금의 유배, 첫 기착지’라는 표지석이 있다. 광해군이 제주 유배가 이 포구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광해군은 1623년 인조반정에 의해 혼란무도(昏亂無道) 실정백출(失政百出)이란

   죄로 폐위, 처음 강화도 교동(喬桐)으로 유배되었다. 이어 1637년 유배소를

   제주로 옮기려.....서리(書吏) 나장(羅將) 등이 임금을 압송하여 6월 16일

   이 어등포(魚登浦)로 입항하여 일박하였다. 이때 호송책임자 이원로가

   왕에게 제주라는 사실을 알리자 깜짝 놀랐고, 마중 나온 목사가

   “임금이 덕을 쌓지 않으면 주중적국(舟中敵國)이란 사기(史記)의 글을 아시죠”

    하니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주성(洲城) 망경루 서쪽 배소(配所)에서

    1641년 7월 1일 67세로 마치니 목사 이시방이 염습, 호송책임 채유후에 의해

    8월 18일 출항, 상경하였다.....

 

제주올레 20코스의 중간 지점이기도 한 행원포구는 광해군의 제주 유배 시절 첫 기착지이기도 하다.
제주올레 20코스의 중간 지점이기도 한 행원포구는 광해군의 제주 유배 시절 첫 기착지이기도 하다.

표지석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광해군은 조선 시대 드물게 전쟁터에서 직접 싸웠던 임금으로 중국 요동 땅으로 도망가려 했던 아버지 선조와는 달리 18세의 나이에 전쟁을 이끈 전쟁의 영웅이었다. 윤석열은 박근혜를 탄핵하여 촛불 혁명에 크게 이바지한 검찰 영웅이다. 지금의 정국도 혼란(昏亂)하고 무도(無道)하다. 묘기가 쏟아져 나왔다는 묘기백출이란 말처럼 실정이 쏟아져 나왔다는 실정백출(失政百出)은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에 대입시켜도 무방하다.

다른 것이라면 광해군는 명과 후금 사이의 등거리 외교로 현대 세계에나 있을 법한 자주 외교를 펼쳤다면 윤석열은 조선 시대에나 있을 법한 사대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의 귀재 미국의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도 ‘미국의 적이 되면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면 치명적이다’고 했던가. 독일인들이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추앙한다는 괴테의 말이 떠올라 더욱 심란하다.

     

  ‘나는 죄와 더불어 실책을 미워한다. 특히 정치적 실책을 한층 더 미워한다.

   그것은 수백만의 사람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제주시 중앙로 제민신협 본점 앞에는 광해군이 제주 유배 생활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광해군 적소터'라는 표지석이 있다.
제주시 중앙로 제민신협 본점 앞에는 광해군이 제주 유배 생활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광해군 적소터'라는 표지석이 있다.

촛불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촛불혁명은 제2의 동학혁명이다. 촛불혁명이 완수되는 날 미완의 동학혁명도 완성될 것이다. 그리하여 금강(錦江)의 시인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가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리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醮禮廳)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윤석열은 ‘임금이 덕을 쌓지 않으면 주중적국(舟中敵國)이란 사기(史記)의 글을 아시죠’라는 아랫사람의 말을 듣지 않기를 부디 바란다. 표지석 너머 행원 포구를 바라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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