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0코스: 화순 금모래해수욕장에서 하모 체육공원까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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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0코스: 화순 금모래해수욕장에서 하모 체육공원까지(1)
  • 김영희
  • 승인 2021.01.28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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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의 겨울 왕국'보다도 아름다운 5.16 도로 길가 눈 풍경
공자의 제자 증점의 말
황제내경의 건강법
황제내경의 16자 심법
올레 길 여행의 날씨
5.16 도로 양 길가로 펼쳐지는 겨울 왕국의 모습은 때론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5.16 도로 양 길가로 펼쳐지는 겨울 왕국의 모습은 때론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날씨는 좋았다. 연말연시의 한파 날씨도 언제였냐는 듯 지난 지 오래고 며칠 오던 비도 그쳐 햇볕이 비쳤다. 5·16 도로를 지나면서 보니 눈도 많이 녹았다. 무척 눈이 많이 내렸던 한파 날씨에서 며칠 지나 서귀포로 버스 타고 오가면서 본 아름다운 눈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손주 율이 눈을 떼지 않으면서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 ‘엘사의 겨울왕국’만큼이나 좋았다. 더군다나 실제의 모습이 아닌가. 황홀해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온 세상이 눈으로 온통 뒤덮힌 날, 하지만 5·16 도로를 오가는 281번 버스는 운행하는 날, 서귀포로 넘어가서 차 한잔을 하고 도로 양옆과 한라산에 쌓인 눈 구경을 하면서 오자고 약속했다. 일생 중 제주에 살면서 꼭 한번은 봐야 할 풍경이라고 하면서. 눈 덮힌 한라산을 등반하는 것도 좋지만 버스 타고 눈 구경하는 것도 이렇게 좋다는 걸 처음 느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를 물었다. 하루에 세 번 반성한다는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는 말로 유명한 증자, 그의 아버지 증점(曾點)이 말했다.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쐰 후 노래하면서 돌아오겠다(浴於沂 風於舞雩 詠而歸)’고. 그 말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대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 아리송했지만, 그냥 좋아 기억 속에 저장하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다. 한의학의 바이블이라는 유명한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건강법으로 네 가지를 말한다. 가슴에 품고 고이 간직하는 말이기도 하다.

 

   음식을 먹는 데는 절제가 있어야 하고(飮食有節)

   일상생활에서는 규칙이 있어야 하며(起居有常)

   쓸데없이 과로하지 말아야 하고(不妄作勞)

   편안하고 담담하여 생각을 비우고 욕심이 없어야 한다(恬淡虛無)

 

그중에서도 ‘염담허무’가 가장 중요하다. 편안하고 담담한 마음은 생각을 비우고 욕심이 없어야 가능하다. 그것이 인간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이고 깨달은 사람의 진면목(眞面目)이리라. 그러나 어디 생각을 비우고 욕심이 없는 생활이 쉬운 일이랴. 쉬운 듯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그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 책 속에서 16자심법(十六字心法)으로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말이 있다. 열여섯 자로 된 마음가짐의 법칙! 건강한 생활에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제주올레 10코스 시작점에서 얼마 안 가면 있는 썩은다리 동산에서 바라보는 원경의 한라산과 중경의 군산, 근경의 반 쯤만 보이는 월라봉의 모습은 그동안의 여정을 정리하게 한다.
제주올레 10코스 시작점에서 얼마 안 가면 있는 썩은다리 동산에서 바라보는 원경의 한라산과 중경의 군산, 근경의 반 쯤만 보이는 월라봉의 모습은 그동안의 여정을 정리하게 한다.

   

   편안하고 담담하여 생각을 비우고 욕심이 없으면(恬淡虛無)

   참된 기운이 거기에서 나온다(眞氣從之)

   정신을 안에서 지키면(精神內守)

   어찌 병이 침범하리오(病安從來)

 

그 ‘염담허무’의 경지를 증점이 말한 것 같다. 세 제자의 말 가운데 공자는 증점의 손을 들어 주었다. ‘나는 증점과 함께 하겠다(吾與點也)’고. 인생도 여행이지만 올레길도 여행이라는 것을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역시 여행에는 날씨가 좋아야 한다. 우선 비가 내리지 말아야 한다. 비가 오면 그날 여행은 망친다. 하지만 제주에서의 여행은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거친 바람도 없어야 한다. 햇볕은 나는데, 바람이 거세면 여행길도 좋지 않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제주에 정착해서 살려면 3년 동안 제주 바람을 견뎌내야 한다는 말이 새삼 생각났다. 제주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또 지역마다 다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잘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281번 서귀포행 버스를 타고 서귀포 LH 아파트 정류장에 내렸다. 거기서 안덕 농협까지 202번 버스를 타면 40여 분 걸린다. 안덕 농협에서 15분 정도 걸려 제주올레 10코스 시작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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