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9코스: 조천 만세동산에서 김녕 서포구까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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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9코스: 조천 만세동산에서 김녕 서포구까지(7)
  • 김영희
  • 승인 2023.02.0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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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러진 동산'의 추억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걷는 독서' 팻말과 나의 '걷는 명상'
로마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
'일을 위한 삶인가 삶은 위한 일인가'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죽는 날까지 자기 안에 소년 소녀가 살아있기를'
걷는 명상의 여운과 김녕 서포구의 광활한 바다

동복리 마을 운동장을 벗어나자마자 ‘벌러진 동산’이 나온다. 넓은 바위가 벼락을 맞아 벌어진 곳이라는 뜻이다. 작년 이 길을 홀로 걸을 때는 어스름 저녁이 될 무렵이었다. 수풀 속에 사람은 없고 주변은 스산했다. 저승길이 이러려니 하며 두려움을 달래려고 노래를 부르면서 걸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일찍 와서 걸었다. 작년에 없었던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걷는 독서’ 팻말이 길벗이 되어 길손을 달래준다. ‘걷는 독서’ 팻말을 읽으며 가다 보면 절로 ‘걷는 명상’이 된다. 11개의 ‘걷는 독서’ 팻말이 있다. 떨어진 솔잎과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는 옛길 그대로의 운치도 좋다. 걱정했던 길이 다시 오고 싶은 길로 변한다.

 

 

박노해의 걷는 독서: “서둘지 마라. 그러나 쉬지도 마라. 위대한 것은 다 자신만의 때가 있으니”

나의 걷는 명상: 세속적 인물 가운데 성경에 등장하며 신과 대비될 만큼 가장 큰 성공을했고 최고의 인간으로 추앙받는 카이사르, 그의 양자였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평생 간직했다는 좌우명이 떠오른다. ‘천천히 서두르라.’ 이 한 마디 속에 그의 능숙한 일 처리 능력과 로마제국의 최초의 황제가 된 저력을 엿볼 수 있다. 큰일을 하는 지도자들은 새겨둘 만한 명언이다.

 

 

 박노해의 걷는 독서: “일을 위한 삶인가 삶을 위한 일인가.”

나의 걷는 명상: 일과 삶의 관계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말 같다. 삶과 일에 대하여 되돌아보게 한다.

 

 

박노해의 걷는 독서: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나의 걷는 명상: 단순하게 살고 싶다. 단순한 삶이 가난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론 좀 부족한 듯하다. 내공이 있으려면 단단해져야 한다. 그것만으로 좀 아쉽다. 아름다워지려면 단아해야 한다. 팻말을 보며 가다듬게 된다.

 

 

박노해의 걷는 독서: “죽는 날까지 자기 안에 소년 소녀가 살아 있기를”

나의 걷는 명상: 팻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평생 그런 마음을 지니며 살 수 있기를....

 

‘걷는 명상’의 여운을 안고 가다 보면 수많은 밭담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지나고 또 한길을 건너는 40여 분도 금방이다. 어느새 ‘하얀 연꽃’을 뜻하는 이름도 아름다운 절 백련사(白蓮寺)다. 백련사에서 10분만 더 가면 올레 19코스 종점인 김녕 서포구. 광활한 바다가 시원스럽게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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