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라 시인,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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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라 시인,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펴내
  • 유태복 기자
  • 승인 2023.01.16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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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 시인선 028호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금 수혜
장한라 시인
장한라 시인

장한라 시인이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를 제주문학관 창작공간에서 집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을 받고 도서출판 ‘상상인’ 시인선 028호로 세상에 펴내 빛을 보고 있다.

장한라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 말산업 국문 문창 / 돌아보니 모두 말이다. // 말의 눈동자에 빠져들어 / 씻기고 먹이며 말 아래 / 있을 때가 행복이었다. // 말에 진 빚을 무시로 / 갚아 나가야겠다. / 2022년 12월 장한라”라고 밝혔다.

이번에 펴낸 시집 목차에는 1부 ‘서로 말이 없으니 풀 뜯어 먹는 소리가 난다’편에 ‘말들의 휴가’ 등 16편, 2부 ‘조금씩 자신을 낮추어 섬이 된 사람들끼리’편에 ‘키사스 원칙’ 등 18편, 3부 ‘열차를 타야 한다 일탈은 분수처럼’편에 ‘압화’ 등 19편. 총 53편의 시와 후미에 김필영(시인) 문학평론가의 해설 순으로 상재됐다.

김필영 시인겸 문학평론가는 “장한라 시인의 시는 그가 공존하는 모든 존재를 아끼고 사랑하며 대상의 흠과 이면까지 각별하게 배려하고 있다.”라며 “시조로 전개되는 짧은 시편들은 함축의 미학을 맛보게 하였고, 산문시에 서는 거침없는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어 생동하는 시적 발상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라고 평했다.

이어 “시정마 철원이의 운명을 통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허공을 휘젓듯 바람대로 이루지 못하면서도 열연하듯 살아가는 우리의 아픈 모습을 투영해주고 있다.”라며 “이번 시집에서 다채로운 시적인 용기가 과감한 것을 들여다보며 이후 창작될 장한라 시인의 시를 기대하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라고 높게 평했다.

강민수(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제주승마산업RIS사업단 단장은 “제주대학교 말산업학과 석사과정 초대 학과장직을 맡고 있을 때 인연이 시작된 장한라 시인은 국제말산업엑스포를 함께 해온 사제지간으로 든든한 동반자이다.”라며,

“말산업전문인력양성센터 조교로서도 임무를 잘 수행했던 人馬一體 그의 삶은 일본승마협회 초청 연수를 머뭇거리지 않고 나설 정도로 말에 대한 애정이 깊다.”라며 “말에 대한 존중심을 바탕에 둔 시에서도 그의 馬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말과 문학이 함께 하는 시인의 길에 무궁한 발전과 더 큰 비상이 있기를 박수로 열렬히 응원한다.”라고 밝혔다.

장한라 시인은 부산에서 출생. 제주대학교산업대학원 석사졸업. 1985년 김남조 시인의 사사를 받으며 시 입문. 작품 활동 시작,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첫 시집 『즐거운 선택』. 『디카시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등 3권 상재. 2015년 , 2019년 부산펜문학상 작가상 수상.

현재 제주문인협회 회원. 한라문학회·이어도문학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도서출판 『시와실천』 대표이다.

장한라의 시집
장한라의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도서출판 ‘상상인’ 시인선 028, 값10,000원

 

‘말들의 휴가’

들뜬 마음 눌러두고
함께 오래 마주 봐야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고생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나날들 핥아주며
느긋하게 풍광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뒷발굽도 느껴봐야지

마방을 비집고 들어오는 물안개와
눈 감고도 훤한
부대오름 우진제비오름 길을 지우며
오늘은 조천 바다로
내일은 표선 바다로 미끄러져야지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고
간섭 없는 곳에서
들숨 날숨 껌벅껌벅 눈썹으로 헤아리다
하품 길게 하고
낮잠이란 게 어떤 것인지
별이 뜰 때까지 늘어져 맛봐야지
 

‘철원이, 그 시정마’

혈통과 족보가 없는 태생적 원죄로
쾌감 본능의 질주란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

제왕帝王을 위한 정조대 차고
불방망이처럼 달아올라도
수십 번 수백 번
눈부신 신부의 탱탱한 허벅지
헛물켜는 애무와 흥분만이
혀는 말려들고 꽃불 피어나는데

지어 놓은 경희궁
발 들여놓지 못한 광해군처럼
비운의 꼬리표 달고
절정의 순간 쫓겨나
죽일 놈의 운명이라 날뛰어 보지만

그녀 발길질에 떨어지더라도
열에 한 번쯤은
계절이 휘어지도록 합방하고픈
애액愛液 흥건한 꿈속

상처가 아문 자리 철원이,
누가 나를 부르면
위로가 닿은 부르튼 나날들 저며온다

장한라의 시집 속의 시 2편 전문

*시정마 : 교미交尾 바람잡이 말. 발정기가 되면 거칠어지는 암말로 부터 씨수말을 보호하기 위한 애무 전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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