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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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산책
  • 한복섭
  • 승인 2020.11.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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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산책

시인. 수필가 한 복 섭

 

여러 종류의 책을 사서가 아니라 서점을 가끔 들러 돌아보는 습관이 내게 있다. 기껏해야 이 좁은 지역에서 서점이라곤 좀 오래된 우생당을 비롯하여 몇몇 대형 서점이 있긴 하지만 변두리라도 좋으니 고서 책을 파는 역사 깊은 서점이 한두 군 데,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보는 습관이 들었다. 동내에서 같은 또래 친구들과 책을 돌려가며 읽는 세월 살았다. 어쩌다 필요한 책이 필요하면 시골에서 버스 타고 시내까지 와서 서점에 들러야만 여러 종류의 책을 사서 보기 때문이다.

책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더웠던 여름도 지나갔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문턱에 와 있다. 가을의 풍성함을 기대하는 농부의 설렘이 우리에게 필요한 시점이라 볼 수 있다. 무엇으로 풍성함을 즐길 수 있을까? 가을의 문턱에 서 있는 우리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나라 국민이 책을 가장 읽지 않는 국민 가운데에 속한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텔레비전 등 많은 영상 문화의 발달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경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이것도 역시 핑계일 뿐이다.

짐승에게는 문화라는 것이 없다. 글도 배우지 못하고 책도 못 읽는다. 본능대로 살기 때문에 발전하지도 강해지지도 않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들에겐 변한 것이 없다. 사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사람들 가운데도 문화인이 있고, 야만인이 있다. 단순한 논리일지는 몰라도 문화인은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많으니까 글을 쓰는 사람도 많아지고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더 많이 알고 더 깊이를 생각하면서 빨리 발전하고, 더 멋있게 살며 더 강해진다.

책을 읽지 않으면 야만인이 되고 문화인의 비해서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책이 문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책을 읽는 정도는 문화 수준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사람들도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만을 찾는다. 신경을 자극하고 재미있는 책이 잘 팔린다고 한다. 그러나 날개 돋친 듯 잘 팔리는 책 가운데 무게 있는 것은 드물다.

문학작품이란 미명하에 청소년들이 마음을 병들게 하는 책이란 음란 소설 같은 저속한 책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책을 읽지 않거나 쉬운 책만을 골라 읽는다면 마음은 피상적이고 깊이 있는 책은 점점 싫어진다. 그래서 더 피상적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좋은 책 읽기에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책 속에는 길이 있다고 한다. 보다 나은 세계, 책 속에 삶의 길을 찾는 소통하며 그래서 아름다운 문화, 우리네의 사회가 풍성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필자는 지체1급의 장애인이다. 학교공부라고는 전혀 받지 않았다. 어린 시절, 피나는 노력과 굳은 신념으로 장애를 극복하며 독학으로 글을 읽고 독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현재도 글을 배우며 읽히고 있다.

비록 전문 학자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많은 젊은 세대들이 전공과목 외에 여러 종류의 다양한 책들을 탐독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면서 사회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아무리 조직사회에 시간이 없더라도 잠깐 시간을 내어 요즘 엄청나게 쏟아지는 내용 있는 교양서적 및 서점에 들러 목차 내지는 간단한 내용쯤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물질 만능과 한탕주의가 판을 치는 요지경 현실 속에서 간혹 일부 대중 잡지가 지속을 의미하는 부분도 있는지는 모르나 한 시대의 사회 풍속을 풍지 하고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 상황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은 오히려 한 권의 책 속에서 기대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것만을 추구하며 새것만을 찾아 나선다. 오래된 고서古書 중에도 얼마나 많은 명언과 산 지식이 내포되어 우리의 정신 세계의 알찬 재산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우리 고장엔 들르는 서점마다 불황이라고 한숨을 짓는다. 언제부터인가 제주 이 고장이 관광지로 변하고 보니 사방에 널린 게 술집이요. 노래방 갈빗집 다양한 음식 먹거리 집, 소비 성황이 많은 업소 들이 즐비해 있어 서점을 등한시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 겸손한 마음으로 알뜰한 교양서적 한 권 사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처지나 지위에 있든 구애받지 말고 가끔 서점가를 산책하며 여유 있는 인생을 음미하도록 경주하자.

오랜 시일, 몇 달 동안 이 땅에 번지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지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인내심을 갖고 선진국, 선진시민의 본을 받아 독수리같이 날개 치며 높이 올라가 세상을 바라보리라. 독서의 계절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좋은 책들을 많이 읽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그리고 마음의 양서(良書) 를 읽어두자. (2020.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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