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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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관 개인전
  • 김영희
  • 승인 2020.10.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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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간 이아'에서
9월 10일부터 11월 6일까지
작가에게 이번 전시회에 대표할 만한 그림 하나 뽑아 달라고 부탁했더니 도록 표지 그림에도 실린 4.3에 관련된 이 그림을 골라 주었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회에 대표할 만한 그림 하나 뽑아 달라고 부탁했더니 도록 표지 그림에도 실린 4.3에 관련된 이 그림을 골라 주었다.

자연은 신이 만든 아름다움이고 예술은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이다. 예술 중 음악은 소리의 아름다움이고 그림은 색채의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제주시 삼도 2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구 제주대학교병원)’가 그곳이다. 9월 10일부터 11월 6일까지 ‘김순관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제주시 출생이고 제주대학교 미술 교육과를 졸업했다. 40여 년 동안 교육계에 몸담고 활동하다가 3년 전 퇴임을 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는 길목에서 반성과 염원의 마음으로 갖는 전시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제목처럼 그동안의 삶에서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준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꽃이 되는 순간’을 화폭에 담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일곱 번째다.

어머니와 가족들, 새벽 인력 시장과 치열한 삶을 사는 시장 사람들, 법정 스님의 장례식 모습 등 그의 작품에는 가족과 주변 이웃에 사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의 이웃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과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라는 암울한 시기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의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연화 가루와 보일(직물)을 섞어 화면 밑바탕을 붉은색 계통으로 주를 이루게 한다. 나이프로 마티에르를 표현하여 화면에 질감을 높인다. 제주 고가구에 사용되는 굴무기나무(느티나무의 제주방언)와 사오기나무(왕벚나무의 제주방언)의 톱밥과 유화 물감을 혼합하여 자신만의 색감을 만든다. 물감 특유의 화려한 광택을 제어하여 작가만의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회화를 창출하고 있다.

자신만의 색감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된 노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을 점차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인 예술의 세계로 몰입한다. 온갖 시름의 일상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자신과 화해를 하면서 내면과의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그는 선의 화가다. 점이나 면보다는 선을 더 중시한다. 제주를 하나의 선으로 표현하고픈 것이 그의 화두다. 한라산이 탄생할 때 용암이 분출하여 오름들을 형성하였고 그 오름들의 선 속에 살면서 제주의 초가가 생겨났다. 제주 사람이 살다가 죽을 때면 다시 오름 같은 작은 무덤에 묻히게 된다. 그 무덤의 선은 푸른 바다로 흘러가 파도의 선이 되면서 이어도사나 노래를 부르며 꿈의 이어도를 찾아 나선다. 제주만이 갖는 선의 미학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절제된 색감의 아름다움!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화이불치(華而不侈)’의 백제의 미학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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