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길 탐방
상태바
사려니 숲길 탐방
  • 김영희
  • 승인 2020.09.14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종환의 시 '사려니숲길'
나무 이야기
사려니숲길 무장애 나눔길과 열린무대
음악회가 열리는 사려니숲길 열린무대. 사려니숲길 무장애나눔길 옆에 있는 미로숲길 안에 있다.
사려니숲길 열린무대.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 옆에 있는 미로숲길 안에 있다.

드디어 사려니숲길 주변이 아닌 그 주인공인 사려니숲길을 탐방하기로 했다. 입구에서 안내문들을 자세히 읽었다.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숲길’ 시가 눈에 띄었다. ‘사막 모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하기 어려운 날’, ‘마음도 건천이 된 지 오래인 날’, ‘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신역(神域)으로 뻗어있는 사려니숲길’ 같은 곳을 걷고 싶다는 시인의 글이 마음속에 메아리친다. 언젠가 그런 친구를 고대하면서 오늘은 나 자신과 벗하며 걷기로 했다.

사려니숲길은 안내문이 잘 되어 있다. 그것들을 촘촘히 읽으면서 걸으면 공부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도종환의 시에서 ‘신역(神域)’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내문에서 찾아냈다. 신성한 곳을 의미하는 ‘사려니’라는 말에서 왔음을. 숲의 탄생, 변화, 구성을 공부하게 되고 새로운 나무들과 식물들도 알게 된다. ‘전형적인 온대 산림인 사려니숲길은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 천연림과 인공조림된 삼나무, 편백 나무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천연림과 인공림이 어우러진 신성한 생명의 공간’이다. 천연림과 인공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 현대 문명이 추구해야 할 목적이 아닌가. 사려니숲길이 보여주고 있다.

걷다 보면 계곡 쪽에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나오는 데 비가 많이 내리면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부분만 그렇게 했다고 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처럼 ‘개발은 최소한의 자연’만 하는 것 같아 매우 기뻤다. 계곡이 넘쳐 포장도로 위를 흐를 때를 대비하여 네모난 돌로 징검다리를 만든 것도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안내문에 소개된 나무들도 머리에 쏙 들어올 만큼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누리장나무는 ‘이 나무 근처에 가면 향기보다는 누린 내가 나서 누리장나무’라고 부른다거나, 이 나무는 ‘이 나무 저 나무가 아니고 나무 이름이 그냥 이나무’라는 소개에서는 절로 미소가 나온다. 단풍나무는 ‘가을에 붉게 물드는 잎을 보고서 단풍(丹楓)나무’라면서 ‘목재는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일부로 사용될 만큼 좋은 나무’라는 데서 다시 한번 더 우러러보게 된다. 소나무는 ‘세종대왕이 저를 보호하려고 금산 정책을 폈다’는 소개에 우쭐거리는 것 같다. 때죽나무는 ‘열매가 회백색으로 반질반질하여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 있는 것 같아 떼중나무로 부르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데서는 박장대소하게 된다.

사려니숲길은 에코 힐링에는 좋았지만 걷기에 나로서는 지루한 숲길이었다. 올레길의 변화무쌍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그리웠다. 따분함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유머가 넘치는 안내문 덕분이기도 했다. 목걸이를 단 것처럼 이름을 나무에 매달아 준다면 어느 나무인지 구분하지 못하여 헤매는 경우가 없어 좋을 것 같다.

3, 4시간 걸려 힘들었지만 종점에 해당하는 붉은 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나무로 된 데크로드가 1.3km에 이르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사려니숲 무장애 나눔길’이 있어 좋았다. 점자촉지 안내도가 있었고 더구나 음악회가 개최되는 ‘사려니숲 열린 무대’에는 장애인 관람석이 있어 흐믓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할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사려니숲길 비자림로 입구에도 이와 같은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