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오늘’을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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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오늘’을 지켜내야 한다.
  • 임상배 기자
  • 승인 2022.06.05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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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월요일, 두 명의 장애인이 가족에 의해 살해당했다. 살해한 가족 구성원 두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였다.

가족에 의한 장애인의 죽음과 가족의 극단적 선택은 반복되고 있다. 올해 3월에도 같은 날 두 발달장애인 자녀가 부모에 의해 살해당했다. 두 가정 모두 한부모 가정이었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돌봄 공백이 커졌던 2020년과 2021년에도, 장애인이 가족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보호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보도되었다. 십년 전인 2012년 6월에도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 아버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은 2022년 오늘에도, 10년 전 오늘에도 세상을 등져야했다. 국가는 그들에게 ‘죽음’ 외에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장애계는 오랫동안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소득, 이동, 돌봄 등 지원체계 구축 등을 국가에 요구해왔다. 장애인도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법과 정책들이다. 국가가 그 요구에 대한 응답을 ‘천천히, 단계적으로’로 일관하는 동안, 그 처절한 외침을 한 낱 정쟁수단으로 소비해버리는 동안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은 스러져가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제47번 국정과제로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없는 사회 실현’을 발표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 평가 및 확대’를 세부과제로 내세웠지만, 시범사업 수행과 평가 및 정책 도입까지 계속될 돌봄 공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반복되는 사건을 통해 깨닫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의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도 언급되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당장 활동지원 급여 산전특례 기간이 종료되는 장애인의 ‘지금’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나중에, 앞으로’가 아닌 ‘지금, 여기’에 장애인들이 살고 있다.

지금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장애인 가족이 죽음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른다. 끔찍한 줄 알면서, 고민의 실행을 곱씹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반복되는 장애인과 가족의 죽음 앞에, 법적 근거 마련과 계획 발표에 의미를 부여하고 만족해서도, 장애인과 가족의 삶을 외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새 정부의 구체적 변화상과 방향 제시가 중요한 만큼, ‘지금’ 위험에 처한 장애인과 가족이 ‘오늘’을 살아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반복되는 비극에 대한 집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봄의 끝에서 스러진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을 분명히 마주하고, 국가의 안전망이 장애인당사자의 ‘오늘’에 닿을 수 있을 때, 국정과제에서 제시한 앞으로의 5년도 존재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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