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기행 18코스: 제주시 간세라운지에서 조천 만세동산까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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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기행 18코스: 제주시 간세라운지에서 조천 만세동산까지(9)
  • 김영희
  • 승인 2022.05.16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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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시 '한라산'
면암 최익현 선생의 한라산 예찬
때론 '큰 바위 얼굴' 같기도 하고 때론 장자의 '붕새' 같기도 한 한라산
삼인 예술인의 합작품 '삼양동 연가' 시비
삼양 검은 모래 해변
삼양 검은 모래 해변

삼양동 검은 모래 해변을 지나면 고은의 시 ‘한라산’이 스친다.

 

     제주 사람은

     .......

     정작 한라산 전체가 드러나 있는 때는

     그 커다란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한라산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괜히 어제오늘 건너온 사람들이

     해발 몇 미터의 한라산을 어쩌구저쩌구 한다

     삼양리 검은 모래야

     너 또한 한라산이지, 그렇지

 

삼양 검은 모래 해변 곁에 있는 삼양 포구의 모습
삼양 검은 모래 해변 곁에 있는 삼양 포구의 모습

제주도가 곧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도다. 제주도 곳곳은 한라산의 변주곡에 불과하다. 한라산의 머리, 허리, 몸통, 손, 발, 다리 아닌 곳이 어디 있으랴. 심지어 한라산의 손톱, 발톱들이다. 그래서 시인은 한라산의 손톱, 발톱의 때 같은 삼양리 검은 모래에게 묻고 있다. 제주에 귀양 왔었던 면암 최익현 선생은 그가 쓴 글에서 관광이나 제공하는 금강산과 지리산에 비길 수 없다며 한라산을 예찬하고 있다. 제주 사람들이 한라산을 근거로 한라산 품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제주시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때론 고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소설 ‘큰 바위 얼굴’ 같기도 하고 때론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 편에 등장하는 ‘붕새’가 날개 죽지를 태평양 바다에 파묻고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두 날개를 펼치면 온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인 듯하고, 날개로 물을 쳐서 삼천리나 튀게 하고, 거대한 회오리 바람을 타고 구만리 높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올레 18코스 중간 스탬프를 찍는 지점에는 시비들이 서 있다. 그중 ‘삼양동 연가’ 시비가 있다.

 

     

올레 18코스 중간 스탬프를 찍는 지점에 여러 시비들이 서 있다. 오른 쪽에 삼양동 연가의 시비도 보인다.
올레 18코스 중간 스탬프를 찍는 지점에 여러 시비들이 서 있다. 오른 쪽에 삼양동 연가의 시비도 보인다.

 

     새벽 범종소리에 눈 뜬 텃새들이

     불탑사 5층 석탑 천년의 빛을 물고

     원당봉 한바퀴 돌아 삼양동 문을 열면

     옛마을 선각자들 화합의 손을 잡고

     삼양의 깃발 올린 선주민 원형움집엔

     넘쳐난 한라의 푸른정기 거리마다 빛나네

 

     호미같은 해안가로 춤추며 달려온 파도

     올레길 걷고 있는 나를 보고 하는 말

     찌든 몸 검은 모래로 찜질하고 가라는...

     순한 귀 열어놓은 정많은 이웃들이

     일궈낸 터전마다 피어나는 사람 향기

     바다엔 사랑의 꿈을 낚는 통통배가 떠 있네

 

오영호 시인의 시에 현병찬 서예가가 글을 쓰고 김상현 작가가 조각을 했다. 오롯이 예술인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된 시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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