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아침을 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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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아침을 여는 소리
  • 한복섭
  • 승인 2020.07.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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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수필가 한복섭

 

구룩 구룩 구룩 비둘기 소리, 짹 짹짹 참새들이 소리, 지 이 찍찍 지 이 찍찍 지이 찍 한 여름, 칠월의 아침을 시원스럽게 여는 제비의 지저귀는 소리다.

이 아침이 자기들의 세상인 양 재잘거리며 아침을 여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여름날 아침, 몇 시쯤에 잠에서 깨어 제각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세상의 아침을 열고 있을까. 아마도 무리, 인간들을 향해서 어서 일어나라고 일깨워주는 즐거운 신호음으로 들린다. 나도 이에 질세라 한숨 돌리고 일어나서 가족들을 향해서 재학아 은경아 하며 일어나라고 아침을 여는 소리를 했다.

한참 후, 가족들은 단정한 모습으로 한 상에 둘러앉아서 서로의 오늘 할 일을 쟤들처럼 제각기의 목소리를 내며 재잘거린다. 마침내 찬란한 아침 둥근 해가 떠오르고 나면 새들처럼 부지런히 쉬지 않고 일을 하리라

여기에서 제비새의 모습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제비는 다른 새와는 달리 재빠르고 정확한 새로 상징되며 인간과 친숙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춘삼월 봄이 오면 머나먼 여정의 길을 날아와 우리의 곁에서 재잘거리다 늦은 가을이면 서슴없이 가버린다.

또한 인간에게는 그다지 해를 주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와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하던 새가 요즈음은 농촌의 도시화되고 개발의 바람이 불면서 서식지를 잃고, 어떤 곳에 둥지를 트는지 사람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날로 새들이 개체수가 적어진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옛날 같으면 시골집 마당 빨랫줄이나 전기 줄에 앉아서 사람의 모습을 꿰뚫어 보다가 집 주인이 마음이 좋은 것 같으면 초가지붕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아니면 집안 대청마루까지 깊숙이 들어와서 천장 구석진 한곳에다가 찰흙으로 버무린 나무 지푸라기를 물고 와서는 그것을 재료로 둥지를 틀고, 제비 부부는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꼭 사람이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인간의 모습이상으로 지혜로움이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부러진 다리를 고쳐준 흥보에게 박씨를 물어와 보은(報恩)한다는 마음 깊은 곳에 정서로 남아있는 우리의 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만 둥지를 틀고 빈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비가 돌아오지 않는 환경은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 아닌가, 한번쯤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여름날이면 늘 우리의 곁에서 재잘거리며 보이던 그 많은 제비가 귀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늘의 내려준 천부(天賦)이다. 그래서 강남 제비인가보다.

이아침, 도회지에서의 보기드믄 여름날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다. 도시의 중심을 벗어난 한적한 곳에서 말이다. 우리의 생활 모습도 이와 같이 새들처럼 노랫소리에 맞추어 부지런히 일을 하고 그러다간 해질 무렵 저녁이면 자기들의 보금자리인 둥지로 돌아와서는 제비의 소리처럼 지극히 행복한 그들만의 세계에서 내일을 준비할 것이다. 지 이 찍 찍 하며 말이다.

그리고 이런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며 날개깃을 세우고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우리의 모습도 힘차게 기지개를 펴 이 세상의 아침을 열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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