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시향詩香 흐르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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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시향詩香 흐르는 그곳
  • 한복섭
  • 승인 2021.11.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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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시향(詩香)이 흐르는 그곳

                                        시인 ․ 수필가 한 복 섭

  

시인, 수필가 한 복 섭
시인, 수필가 한 복 섭

2018년 정월 초하루 어느 일요일 날 오후다. 쌀쌀한 날씨지만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이 교회에 나가서 주님의 품에서 생명의 말씀과 은혜가 넘치도록 하루를 보내다 오후 늦게야 집으로 돌아온다. 
  올겨울은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이라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며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오후 몇 시쯤 되었을까?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모두 드리고 집까지 태워다준 차에서 내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문을 종종걸음으로 들어서려는데 문 앞에서 낯선 여자 두 분이 서성거리고 있다가, 우리 부부를 보더니 다가와서는 반가운 듯한, 한 마디 두 마디 말을 건네서 주고받았다.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손에다가 성경책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틀림없는 교회를 섬기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 지역은 교인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는 터다. 아파트를 나서면 교회들이 있다.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한 식구는 아니었지만 반가웠다. 우선은 예수그리스도를 섬기는 교인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이 땅에 전파하기 위해서 추운 겨울날 일요일 오후에도 마다하지 않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말씀을 전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밖을 나설 때면 이와 같이 복음을 전하곤 한다.
  이 년 전의 일이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낙엽이 나부끼던 어느 날, 내가 섬기고 있는 우리 제주서문교회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교회가 같은 교단이어서 그곳 집사님들과 한 팀이 되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자그만 선물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며 전도를 했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전도를 하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용기를 내고 세상 사람들 속에 뛰어들어서 사람의 마음을 읽어가며 전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와 같은 모습을 다른 분을 통해서 보니 그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마음 뿌듯하다.
  그런데 한 여성분의 얼굴을 보니 낯이 있어 보인다. 알고 보니 아파트 단지 내에서 낯 면이 있어 보이는 듯한 분이었다. 외모로 풍기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지적인 이미지가 조금 풍기는, 키가 훤칠한 여성이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사역을 다하는 사람인데 외모로만 볼 것만은 더욱 아니다.
  우리의 가정도 하나님의 진리 말씀을 듣고 최선의 삶으로써 영혼 구원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가정이지 않은가.
  하나님의 제집까지 보내서 귀하게 찾아온 손님이란 걸 생각하고 마음과 가슴으로 맞았다. 현관문 밖에 있는 것도 그렇고 해서 방 안으로 초대를 했다. 이런저런 주님의 말씀을 나누며 우리는 방금 친해져서 오래된 사람처럼 친숙하게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예수그리스도의 기독교인, 만의 가지고 있는 특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러한 믿음이 있기에 행복한 사람이라고 감히 말을 할 수 있으리라.
  며칠이 지났다. 일상으로 돌아온 어느 날 나는 복지관에서 부지런히 공부를 다 하고 오후에 집에 와서는 실력을 더 쌓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워드를 치고 있었는데,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 안으로 들어서는 얼굴을 보니 지난번 일요일 날에 왔던 그 여성분들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지난번 올 때처럼 또 한 사람을 동반하고 왔다. 추운 겨울철이라 마음만은 다정스럽게 대하고 싶어서 따뜻한 차를 권했다.
  우선 안정을 취하고 난 다음 내가 알고 있는 한 분을 일컬어 ‘지인知人’이라고 표현을 하는 게 편안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글을사랑하는모임’회에서 내가 평소에 써놓고 있던 ‘징검다리’라는 시와 수필집 책 한 권, 권했다. 그런데 책을 보다 말고 그 책 속에 수록된 나의 시, ‘봄이 오는 소리’를 즉석에서 시 낭송을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이다. 물어보진 안 했지만 시 낭송에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보인다. 그래서 더욱 지적으로 보였나 보다.
  메마르고 각박한 현실에서 시 낭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시詩를 알리고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시의 전령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낭독은 원고를 보며 읽는 것이고, 낭송은 암송하는 것이다. 낭송은 시가 지니고 있는 빛깔과 향기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시적 울림으로 전하는 소리 예술의 하나인 것이다.
  모국어를 사랑한다는 프랑스에서는 시를 낭송하는 카페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시 낭송과목이 있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몇 편의 시를 외울 수 있을 만큼 생활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한 TV 연속극 ‘뿌리’에서 쿤타킨테의 할머니 역을 했던 마야 앙걸루도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때 시 낭송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요즘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문인들이 큰 문예 행사 발표 또는 시 낭송이 있는 행사가 있는 날이면 성우나 아나운서들이 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시를 발표할 때면 자기 목소리를 내서 우리 정서에 맞게 그 몫을 해낸다.
  시 낭송이 감동을 주려면 자연스러워야 한다. 정확한 발음으로 시의 말맛을 잘 살려 가슴으로 낭송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연連, 행行과 행의 이음과 끊음은 물론 쉼표, 마침표, 말 줄임표도 호흡으로 연출하여 시 속에 혼령을 불러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속에 선율이 있게 하고 언어의 빛깔로 생명의 불꽃을 일게 하지 못한다.
  한 편의 시를 낭송하기 위해 몇 날 아니 몇 달, 길게는 몇 년동안 부단한 노력과 연습을 해야하는 수준 이상의 결과를 맺는 것이리라.
  필자 역시 몇 년 전에 제주MBC문화방송에 저녁 여섯 시에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나의 시 ‘향수(鄕愁)’라는 시를 낭송한 적 있다. 출연료도 물론 받는다.
  mbc에 출현 하기위해 역시 며칠간의 오랜 연습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시 낭송을 잘 했다고 많은 청취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깔이 있고 온도가 있기에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미지를 상승시켜 감동을 준다. 따라서 낭송되는 한 편의 좋은 시는 마음에 서정의 불꽃이 타올라 삶에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속 게시판에 가끔 생명의 말씀과도 같은 시를 한 달에 한 번 올려서 주민들과 같이 공감하고 있는데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바쁜 일상일지라도 잠시 손을 놓고 귀를 열고 주옥같은 시향에 젖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오늘 나는 영혼의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고 오늘 이 하루도 우리 부부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그 분으로 하여금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울림으로 나의 시 낭송을 들으니 참으로 행복했다. 그분은 이제 친숙하여 어쩌다 우리 집에 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서로가 성경책을 펼쳐놓고 생명의 말씀들을 나누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같은 교리(敎理)를 걸어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은 자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른 아침 난 하루가 시작되는 저 동녘 하늘에 찬란한 빛이 떠오를 때면 문득 하나님의 생명 말씀이 서 있고, 시향(詩香)이 흐르는 그곳, 허공진 방 한쪽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 아침에 행복이 피어나고 있다.      2021.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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